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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배

[코엘료의 에세이]일곱 가지 대죄 1. 교만

  • 높이 더 높이… 부풀어 오른 자만심은 질병
  • 코엘료의 에세이 '일곱가지 대죄' <1> 교만
    神보다 우위에 서려는 마음이 시초… 유대교 “빈껍데기 인간들의 욕심”
    老子도 “지나치게 날선 칼 오래 못가”

  •                                      2007.02.21 23:59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인간의 7대 죄악을 논한 에세이를 조선일보에 주간
    연재합니다. 일곱 가지 대죄(大罪)란 가톨릭에서 교만, 인색, 음욕, 탐욕, 질투, 분노, 나태를 가리킵니다.
    유네스코의 ‘영적 집중과 상호문화교류’ 프로그램 특별자문위원이기도 한 코엘료는 가톨릭뿐만 아니라 불교,
    이슬람, 유대교, 도교 등 다른 종교의 가르침도 끌어오고, 현대 문명이 범한 잘못도 지적합니다. 7대 대죄는
    초기 기독교 시대에 그리스의 수도자 에바그리오 도 폰토에 의해 처음 체계화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덟 가지였으며 인간이 그르치기 쉬운 부정적 성향들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에바그리오가 꼽은 목록에서 가장 심각한 죄악이 탐욕(탐식)이라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죄악들 모두 우리를 지옥에 떨어뜨릴 수 있는 것들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6세기에 이르러 그레고리우스 교황은 이 목록에 ‘질투’를 포함시키고, 기존의 ‘교만’과 ‘허영’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17세기에 이 목록은 다시 수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하여 ‘멜랑콜리’를 더 이상 죄에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나태’가 새로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쓰게 될 일곱 편의 칼럼은 7대 대죄에 관한 것입니다. 나는 7대 대죄들을 규정짓는 무수한 정의들을
    따라가면서 우리의 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교만’의 고전적 의미
    첫 번째 대죄인 교만은 라틴어의 Superbia에서 유래한 여성 명사로 오만, 자만심, 거만함, 무례함을 말합니다.
    가톨릭교회에서 ‘교만’은 도를 넘어선, 신에 대한 사랑보다도 우위에 서고자 하는 자부심입니다.
    이는 첫 번째 계율인 ‘너희는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라’에 반하는 죄악입니다. 가톨릭에서는 이 열망이
    천사들의 반란을 부추기고 루시퍼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교만 때문에 건설됐다가 신의 분노를 샀다는 전설의 바벨탑.
    그림은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브뤼겔의 회화‘바벨탑’.

    ◆교만의 개념은 동양의 불교 우화 속에서 이렇게 나타나기도 합니다.일본 교토에
    있는 동복사(東福寺)의 선사(禪師)는 승려들이 하나같이 바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일꾼들은 누군가를 영접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


    ◆ 현대의 ‘교만’
    미국의 한 항공모함에는 ‘임무 완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2003년 5월 1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의
    주요 군사작전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했을 때 USS 링컨 호의 깃발에 새긴 문구입니다. 바로 그날,
    사망한 미군 장병의 숫자는 217명에 달했는데 이 칼럼을 쓰는 지금, 사망자 수는 2700명을 넘어섰습니다.

  •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윤리 신학에서 말하는 죄는 악한 동기를 가지고 나쁜 구체적인 행위와 악행의 결과를 가져왔을 때를 말한다.
    죄는 신비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죄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더욱 깊이 체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도 자신의 저서 고백록에서 "오, 복된 탓이여!"라고 죄를 복되다고 말했으며
    사도 바오로도 "죄가 많은 곳에 하느님의 은총도 많다."라고 죄를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이
    오히려 은총이요, 축복이라고 이야기 한다.

    특히 가톨릭 교회에서 말하는 "교만"은 하느님의 자리에 자기 자신을 놓는 행위를 말한다.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임을 망각하고 마치 아담과 하와처럼 뱀의 유혹에 빠져 하느님처럼 되려는 마음을
    뜻한다.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유혹은 늘 교만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며 그 결과 하느님 없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이 하느님인양 모든 것을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해 교만한 인간의
    처지는 더욱 피폐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