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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편지] 2007년 3월

2007년 3월 사랑편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사랑하는 주님 가족 여러분!

꽃샘추위도 서서히 봄의 따스한 햇살과 생명력에 물러서고 있는 지금 죽은 것 같은 목련의 마른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한 달 동안 평안히 지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예수님이 걸으신 십자가 고통의 길을 묵상하며 자신의 회개와 보속을 결심하고 실천하는 가운데 자신의 마음 안에 잊었던 하느님의 사랑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음을 느끼는 은총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 시기를 보내며 그 어떤 십자가의 길 기도보다 가슴 아팠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결혼 한지 2년이 되어 아기를 잉태하여 초음파사진으로 아기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던 부부에게 뜻밖의 소식이 산부인과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임신 8개월이 되어 잘 자라던 태아가 그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유산이 되었습니다.
산부인과 분만실 병상에 누워 눈물을 흘리던 두 부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서로 눈물을 흘리면서 아내에게 울지 말라고 누차 이야기하던 남편의 따스한 위로가 느껴지던 밤에 저는 기도하러 커텐으로 가리워진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배가 임신부처럼 볼록하게 불러있고 오른 손에는 밤색과 흰색으로 어우러진 돌로 만든 묵주 팔찌를 하고 애써 눈물을 감추려고 했던 자매님을 뵈었을 때 그 고통이 마음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분만실 밖에는 새 생명을 기다리는 다른 임신부의 가족들이 곧 들릴 출산의 기쁜 소식을 듣기 위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제가 방문한 부부의 모습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기가 무척 많이 자라서 분만 촉진제 주사를 맞으며 죽은 아이의 출산을 위해 기다리는 어머니의 심정이 세상의 그 어떤 고통보다도 크게 느껴지는 밤이었습니다. 새 생명의 죽음 앞에 인간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절한 상황, 세상의 빛도 못보고 나오는 아기, 죽은 아이를 낳기 위해 엄청난 산고를 겪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마치 하느님께서 자신의 외아들, 가장 사랑하시는 아들 예수님의 죽음을 허락해야만 했던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어떤 아쉬움, 아픔도 없으셨던 전지전능하신 그분이 인간이 겪는 그 고통을 맛보시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십자가 죽음의 처절한 고통을 허락하셨던 것임을 깨달으며 하느님의 사랑이 이 슬픈 부부의 마음 안에 타오르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사랑하는 주프(Juf) 여러분, 사순 시기를 보내며 저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고통도, 죽음도 하느님의 사랑 앞에서는 부활의 영원한 생명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아니 계신 곳이 없으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참 사랑하시기에 자신의 아들 예수님의 목숨까지 희생해야만 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잊지 않는 나날이 되길 손 모아 기도합니다. 아울러 태아의 죽음으로 슬퍼하고 있는 이 부부를 기도 중에 기억하며 기쁜 주님 부활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가락본동 경찰 병원 천주교 원목실에서 길벗 고수 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