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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의 하루

[만물상] 가을의 시작-헤르만 헤세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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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작-헤르만 헤세

가을이 흰 안개를 흩뜨린다.
늘 여름일 수는 없으니!
밤은 등불 빛으로 나를 유혹하며
추위를 피해 어서 귀가하라고 한다.

머지 않아 나무는 헐벗고 정원은 텅 비겠지.
그저 야생의 포도송이만 집 주위에서
빛을 발하겠지, 그리고 머지 않아
그 역시 지고 말겠지.
늘 여름일 수는 없으니!

유년의 나를 즐겁게 했던 것은
더 이상 그 시절의 기쁜 빛을
간직하지 못하고
이제는 내게 기쁨이 되지 못한다.
늘 여름일 수는 없으니!

아, 사랑이여, 경이롭던 열정이여,
수년간 쾌락과 노력으로
내 피 속에 늘 타올랐던 것이여,
오, 사랑이여, 그대 역시 시들어 가려는가?


지난 여름 마지막 주에 금강산 통일 기행에 선배 신부님들과 함께 참여했다.
북녘 땅에서 통일을 기원하는 미사를 200여명의 신자분들과 30여명의 신부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고 감동적이었다.
김일성 초상을 뱃지로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그들에게 위대한 수령은 죽었을 지라도
마치 임마누엘의 하느님처럼 늘 자신의 삶과 함께 하시는 그들의 하느님이었기때문이다.
주체사상으로 민족의 자부심을 잃지않고 가난하지만 궁색한 모습없이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마음 속에도 서서히 하느님의 사랑이 이번의 통일 기행에 참가한 많은 신앙인들의 모습을 통해
잔잔히 울려 퍼지길 기도했다.
가을이다. 내 삶을 통해서도 작은 열매가 무르익기를 바란다.
헤르만 헤세의 시, "오, 사랑이여, 그대 역시 시들어 가려는가?"라는 구절이 가슴을 울린다.
시들어 가지 않는 사랑의 열매를 거둘 수 있는 풍성한 가을이길 기도하며.

길벗 고수 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