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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의 하루

쭈꾸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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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매주 목요일 12시에 경찰병원 3층 성당에서 입원한 전의경 대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미사 때 마다 권미카엘 형제가 와서 기타 반주로 미사곡을 연주하고 복음성가도 부른다.
오늘 복음은 요한 복음 6장의 '생명의 빵'에 관한 내용이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먹고 죽어간 그런 빵이 아니라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처럼 미사 중에 영하는 성체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면서 꼴뚜기의 눈이 생각난다고 했다.
수녀님께서 펄펄 끓는 물이 담긴 냄비 속에 꼴뚜기를 밀어넣을 때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동그랗게
뜬 꼴뚜기의 눈을 잊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바로 '꼴뚜기의 눈'을 이야기 한 순간 한 사람의 큰 웃음 소리가 들렸다.
옆에서 기타 반주를 하던 권미카엘 형제의 웃음 소리였다.
그 웃음 소리를 듣고 있던 저와 미사 해설을 하시던 경찰 사목 봉사자 자매님도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내어놓는 희생적인 사랑을 살지 않으면 꼴뚜기보다도 못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서둘러 끝을 맺었다.

조용히 생각해 보면 여러분도 죽음을 앞 둔 모든 생명체의 눈이 떠오를 것이다.
어느 수녀님은 사과 껍질을 벗기기 전 과도로 사과를 톡하고 쳐서 기절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왜냐하면 기절시키지 않으면 칼로 껍질이 벗겨지는 사과의 고통이 무척 클 뿐 아니라 칼을 사과에게
드리대는 자신의 마음도 아프기때문이란다.

모든 생명에 대한 존엄성보다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 앞서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라면 다른 생명체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 마디는 바로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는 쭈꾸미의 눈을 기억하라"이다.

강론을 들은 김엘리제 수녀님께서 말씀하시길 꼴뚜기가 아니라 쭈꾸미라고 하신다.

오늘도 무수한 생명체가 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내어 놓았기에 그 생명이 저를 먹이고
있음을 감사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모든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 섭리에 따른 사랑의  손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요한 6, 5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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