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좋은 글] 故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덕목(人生德目)

고수 2009. 12. 17. 00:07


















 

1. 말(言)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2. 책(讀書)

수입의 1%를 책을 사는데 투자하라.
옷이 헤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3. 노점상(露店商)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4. 웃음(笑)

웃는 연습을 생활화 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5. TV(바보상자)

텔레비젼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젼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 된 바보가 된다.


6. 성냄(禍)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7. 기도(祈禱)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 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유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8. 이웃(隣)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 봐야 한다.


9. 사랑(慈愛)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 년 걸렸다." - 김수환 추기경 말씀 -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지금도 기억난다. 성라파엘 성당 축성식 후 친구들과 휴가를 가기로 한 날이 바로 2월 16일,
서울성모병원이 새로 증축해 개원하기 전 원목 신부가 함께 준비를 해주길 바란다며
교회 병원으로 발령을 받고 부임하기 바로 전날인 그날은 월요일, 난 짐을 꾸리고 있었다.

친구 신부들과 함께 가지 못한 휴가를 아쉬워하며 휴가를 잘 다녀오라고 통화한 뒤 30분후,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임종 소식이 속보로 TV를 통해 들려왔다.
첫 영성체를 하고 난 뒤 복사를 할 때 신학교 성소주일, 혜화동 대신학교 운동장에서
처음 추기경과 악수를 하고 벅찬 감동을 느꼈었다.
또 여의도 광장에서 200주년 기념식을 할 때 먼 발치에서 저와 같은 세례명을 가지신 추기경께서
교황과 함께 높은 제단에 서 계신 모습이 참 멋있었다.

신학교 입학 후 주교관 앞 정원에서 산책하시던 추기경께 인사를 하던 날도 떠오른다.
모든 기억보다 인상적인 모습은 부제 시절 사제 서품을 앞두고 사제 서품 준비 피정 때 교구장님과
면담 일정이 잡혀 있었다. 사제로 서품 받기 전에 과연 김 스테파노 추기경이 무슨 질문을 하실까?
궁금해 하며 면담을 준비하고 있었다. 머릿 속에는 온갖 질문과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으로 가득찼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면담을 하러 추기경이 계신 방에 들어갔다. 당신은 낮은 탁상 앞에 가부좌를
하고 계셨다. 촛불만 켜져 있고 그 촛불은 탁상 위에 놓인 십자고상과 성경을 비추고 있었다.
당신은 눈을 반쯤 감은 채 특유의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하셨다.

"자네 사제 서품 성구가 무엇인가?"

"너희가 내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진리를 알것이며
 그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 31-32)라는 말씀입니다.

"진리란 무엇인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 진리 안에서 자유롭게 살게나!"라는 말씀을 남기시며 면담은 끝났다.

 마치 고승과 선문답을 하는 느낌이었기에 그 면담은 다른 면담과 달리 나의 뇌리 속에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새겨져 있었다.

 2009. 5. 26. 12:46.
혜성헌에서 길벗 고수 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