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묵상]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다.
고수
2008. 4. 5. 23:03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길을 함께 걸으시며 수난과 부활의 신비에 대해 일깨워주신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루가 24, 26).
내 삶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 실망과 좌절에 빠져있을 때, 고난과 시련이 닥쳐올 때에 잊지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십자가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그 고통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이 내 삶의 아픔을 홀로 견뎌내도록 내 버려 두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죽음을 앞두시고 절규하시는 기도 속에는
하느님의 부재가 오히려 가장 가까이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고 맡기는 기도임을 나는 내 삶 속 시련을
통해 깨닫는다.
"아, 이제 죽었구나!"하는 순간 주님은 내가 그랬듯이 "기꺼이 그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신다."
실망과 좌절, 고난과 시련은 죽음이라는 허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죽음이라는 자기 비허의 양식 속에
또 다른 희망과 영광의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주님 부활을 통해 알려 주신다. 바로 인생의 숱한 아픔 안에서 나는 삶의 희망이 거기에 감춰져 있음을 느낀다.
Aphantos(볼 수 없는)이라는 표현, 시야에서 사라지신 주님은 늘 우리의 삶을 통해 당신을 알아 보는 그 순간
이미 당신이 내 삶의 길을 함께 걷는 동행자이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당신은 내 이해와 인식의
지평에서 사라지신다.
왜냐하면 주님이 내 삶의 순간 순간 함께 하심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보이지 않는 주님의 사랑이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랑의 실재가 없다는 신앙의 단계를 넘어서는 성숙을 주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통해 내가 경험했기에 주님 또한 나를 믿고 숨어버리신다.
부활 신앙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매 미사안에서 나에게 다가오시는 성체 성사의 신비를 통해 재현되고 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죽음에서 삶을, 절망에서 희망을, 어둠에서 빛을, 구속에서 자유를
받아들이는 열린 눈, 열린 귀, 열린 손과 발, 열린 마음뿐이다.
여기에 부활 신앙의 신비가 담겨 있다.
"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루가 24, 34). 아멘.